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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근 칼럼-구절초와 억새가 전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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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13일(금) 17:49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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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마저 찬바람에 나뒹구는 계절에 가슴을 활짝 펴고 산행에 나서 보자. 시원한 바람을 크게 마시면 일상에 지친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오른다. 오솔길가에선 녹색의 푸르름에 묻히고 오색의 단풍에 가려있던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늦가을에 피는 구절초는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으뜸이 아닌가 싶다.
구절초는 나름의 큰 꽃을 피우면서도 순진한 모습으로 그윽한 향기를 자아내며 서리를 맞아도 시들지 않고 죽지 않는 의연한 기상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마 그래서 우리조상들은 들국화에서 절개와 지조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야생화를 사랑하는 요즈음 사람들은 뜨락이나 화분에 들국화를 심어 가을 내내 멋진 꽃과 짙은 향기에 취하는지도 모른다.
또 늦가을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억새꽃이다. 겨울문턱 들녘에서 혹은 산정에서 무리지어 튼실한 대에 허연 머리채를 달고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며 피어있는 억새꽃은 가히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름부터 억새들은 붓처럼 뾰족하고 동그랗게 말린 꽃들을 내밀기 시작해서 햇살이 좋은 어느 가을 날, 그 허연 수염의 억새꽃을 피우는 것이다. 사실은 억새는 자신들을 세상에 널리 퍼트리기 위해 종자에 털을 가득 매달아서 바람에 날리고 있는 모습이지만, 다양한 가을꽃들과 화려한 단풍빛에 눌려지내던 세월이 지나면, 이 땅에 억새는 홀로 남아서 산과 들을 자신의 천국으로 만들곤 한다. 사람들은 가을의 산바람에 이리저리 굽이치는 은백색의 억새 물결 속을 헤쳐 지나면서 속세의 시름을 잊기도 한다.
이렇게 가을꽃에 짓눌리고 단풍에 밀려 외면당하던 구절초와 억새들도 때가 되면 작지만 당당한 제 목소리를 내며 우리 곁으로 다가와 모두를 유혹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찌들린 우리들은, 이웃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도 못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구절초와 억새는 제 목소리만을 좀 더 크게 내려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현대에 도량이 넓고 가장 포용력이 있는 사람은, 입이 작고 귀가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제 몫 찾는 목소리는 우렁차지만 남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장판 같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기 보다, 작은 소리에 잠자코 귀를 열고 경청하는 지혜를 실천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채로 쓸쓸히 세모를 지내는 불우한 이웃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큰 사람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베품의 지혜를 실천하는 이웃이 되자. 산기슭의 구절초도, 선운산 정상의 억새꽃도 억눌림에 지친 소리에 모두가 깨어나는 계기가 되자.
외로운 이웃들이 사막에서 힘들어할 때 우리는 한 그루나무의 그늘이 되는 야생화의 지혜를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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