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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책임- 탁현수-

2003년 01월 03일(금) 17:53 [(주)고창신문]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마무리와 시작의 의미이기도 하다. 시작과 마무리는 항상 선택과 책임이 동반하곤 한다. 지난해 말 우리는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커다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해 모두가 고심하며 최선의 선택을 했다. 이제 하나하나 간추려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일만 남아있다. 살아오는 동안 숱하게 부딪치는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언제나 가슴 떨리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



손가락 서너 개로 겨우 나이를 꼽던 코흘리개였지만 질문하는 어른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작한 선택의 순간들은 쉼 없이 삶의 길목에 버티고 서서 긴장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다. 학교의 선택, 직업의 선택, 배우자의 선택, 심지어는 끼니마다 먹어야하는 식사메뉴 선택까지도 늘 고심하게 만들었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공평함과 존중이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 앞에서 난감해 할 때가 많다. 그것은 그 대상들의 엇비슷한 조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과제가 있어서일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기에 앞서 선택의 기회만을 불쑥불쑥 들고나서던 어린 날들, 솟아오르는 용기 때문인지 웬만하면 도드라져 보이는 흑과 백에 박수를 주곤 했다. 자신 위주의 선택, 즉 쉽고 넓은 길을 택해 빠른 결승점 도달을 목표로 하던 시절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흑, 백만이 아닌 또 다른 여러 가지 색깔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에야 주변에서 슬며시 어른들 자리에 끼워 주었던 기억이 있다. 선택되지 못한 대상들에 대한 연민과 책임이라는 난제가 가슴에 크게 부각되었던 것도, 자신이 감당할 만큼만의 선택을 위해 고심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잘 닦인 대로(大路)가 아닌 오솔길에도 헤쳐 나가야 할 가시덤불뿐만 아니라 산새들의 고운 노래 소리와 맑고 시원한 바람소리, 그리고 붉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는 즐거움까지도 있음을 어렴풋이 나마 알게 되었다. 그것은 세월이 준 큰 선물이었다.



우리 사회는 노소를 불문한 모든 세대들의 상호 보안 작용에 의해 지탱되어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불같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장년층에서 함께 해 주고, 책임의 중압감에 선택의 기회마저 뿌리치는 어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 주는 젊은이들이 있는 한 선택과 책임은 나란히 공존해 갈 것이다.



선택 뒤에 따르는 책임은 늘 아름답다. 사랑의 선택에 목숨을 바친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렇고, 신분의 차이까지 뛰어넘으면서 신의를 지킨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뿐이겠는가. 인류 구원을 택한 예수와 석가모니의 행적은 물론이고, 나라 위해 몸 바친 수많은 애국자들, 직업과 가정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는 우리 이웃들. 모두가 거룩한 선택과 책임이며, 선택과 책임이 함께 공존함으로서 피워낸 숭고한 꽃이다.



우리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꽃밭에 선택과 책임의 소박한 들꽃이라도 피우려 늘 애쓰며 살 일이다.



약력: * 고창 출생

* 수필과 비평, 예술 광주, 신인상 수상

* 광산 문학상, 수비 문학상 수상

* 중앙일보 제24회 독서감상문 당선

* 한국 문인협회, 광주 문인협회 회원

* 남도 수필문학회 회원

* 국민일보 칼럼연재(2000년)

* 대한 문학, 어등골 문화 편집장

* 문화관광부 시행 우리문화 한아름교육 강사

* 광산 문화원 이사

* YMCA 논술 강사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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